시 59
보이지 않는 희망을 품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하게
솜사탕처럼 달콤하다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희망이 없는 절망은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웃으며 살 수 있었던 일도
환하게 드러난 절망 앞에서는
망각의 힘이 작동할 때까지
웃어지지 않는다
지독한 은유의 힘을 몰랐다면
내 속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묻어둘 수 없었을 것이고
폐허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밤새 고민하며
보이지 않는 희망을
보이는 희망으로 만드는 것은
웃고 싶지 않은 얼굴을
웃는 얼굴로 포장하는 것이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희망을 찾는 사람이 있고
절망을 찾는 사람도 있다
희망을 만드는 일은
희망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