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1
새 구두를 한 켤레 샀는데
발이 아팠다
가죽은 늘어나는 성질이 있지
며칠 신고 다니면 괜찮겠지
참고 견디는 동안
발가락뼈가 굽었나 싶을 정도로
발이 아팠다
신발장에
새로 산 구두를 넣어두었다
오래된 구두를 신고 다니는 동안
발은 편했고
새 구두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시 익숙해진 구두에
발걸음은 가벼웠고
세월은 잘도 흘렀다
터벅터벅 낡아빠진 구두를 보며
새 구두를 사야겠다고
신발장을 살펴보다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구두를 발견했다
왠지 맞지 않아 불편했던 구두
먼지가 수북이 쌓인 구두를
굽도 닳지 않은 구두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새 구두를 사기 위한
내 합리화의 조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