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49
오지 않을 편지를 기다리는 것 보다
차라리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일들
새벽이 밝을 때까지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
그 모든 생각과
오랜 기다림과
기다림이 되지 못한 그리움
모두 소환하여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을 담아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을
편지를 쓴다
할 수 없었던 생각
다가갈 수 없는 거리
바람에 실려 오는 생각 생각들
눈을 감고
나에게서 세상을 분리한다
나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는 시간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