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0
곱게 물든 단풍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말 것
단풍은 단풍으로만 쳐다볼 것
불행을 겪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시가 내려온다고 착각하지 말 것
불행과 행복 사이에 있는
아주 평온한 시간에
시는 눈처럼 내려온다
문득 잠에서 깨어난 새벽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발자국이 흐트러지지 않게
정성들여 걷는 이유를
내 잘못된 발자국 하나가
모든 잘못된 발자국을 만들지 않도록
비난을 불행한 사진으로
칭찬도 마냥 행복한 사진으로
남기지 말 것
오늘처럼 을씨년스러운 날에는
내 지나온 발자국을 덮을 수 있도록
함박눈이나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