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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39

by 1004들꽃 2017. 9. 12.


시 39


잠시 쉬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잘했던 일과 잘못했던 일을 분류하는 시간
잘했던 일이 아무것도 없는 분류표 앞에서
그저 눈을 감는다
자랑할 게 아무것도 없어서 부끄러웠다는 아버지 앞에서
참담했었던 기억도 어느새 희미해져 가는데
문득 생각나는 내 지난날들은 어째
잘했던 일이 하나도 없다
내 시가
암울했던 날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어둡기만 한 것도
자랑할 게 아무것도 없었던 날들이
그림자처럼 내 주위를 뱅뱅 돌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나조차 해독할 수 없는 시를 쓰다가
해독이 필요 없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냥 보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은데
시는 좀체 쉬워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랑할 게 없어서 부끄러웠던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고
피곤에 절어 잠시 쉬는 날에도
참담했던 그날 나는 무엇이 부끄러웠는지
아버지가 나 때문에 부끄러웠던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먼 하늘에 구름도 쉬어가는 오후
부끄러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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