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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34

by 1004들꽃 2017. 8. 4.



시 34


너와 나의 향기를 섞어
세상의 향기를 섞어
사랑의 향기를 날려 보낸다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하게 흘러
잠자는 당신 코끝에 향기로 피어


내 시에서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향기
글자마다 다른 사계절의 향기가
시와 시 사이에서
구름처럼 피어올랐으면 좋겠다


내 시에서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사랑을 기다리다 지쳐
통째로 떨어져버린 능소화
들판에 무리지어 피는 개망초
가을색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구절초
나무마다 하얗게 사랑으로 내려앉는 눈물꽃


내 시에서 사람 사는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땀으로 찌든 작업복
노동을 마치고 들이켜는 막걸리 한잔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똑같은 대답을 열 번도 해주는 아내를 생각하며
쓸쓸한 향기가 나는 소주 한잔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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