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32
냇물의 이름으로 흐르다가
냇물의 이름을 버리고
강물의 이름을 얻는다
강물의 이름으로 흐르다가
강물의 이름을 버리고
바다의 이름을 얻는다
냇물과 강물의 시간이 녹아서
바다와 바다를 이어주는
바다의 수평선이 된다
지나온 시간과 지나가야 할 시간은
강물이 바다로 가는 시간처럼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이어져 있다
길이 없는 곳에서도
길을 만들어서 헤쳐 나갔던 일이
모두 추억이 되고
날카로운 칼이
부드러운 꽃잎으로 피어나는 시간만큼
생각은 둥글어져 가고
만나는 사람마다 둥글어져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잔잔해진 바다와 바다를 이어주는
수평선처럼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