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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30

by 1004들꽃 2017. 7. 12.


시 30


나이가 많아지면서 몸에 틈이 많아져서
걸을 때마다 비꺽비꺽 소리가 난다
소리를 감추려고
앞뒤가 안 맞는 말도 말이라고 떠들어대고
드디어 영감이라는 소리도 듣게 되는데
비꺽거리는 소리는 멈추지도 않고
한여름 매미소리처럼 요란하기만 하다
바위틈에서도 꽃이 피어나듯이
몸의 빈틈마다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도록
숨죽이고 기다려 보기로 하자
틈마다 꽃으로 메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침묵으로 채우고
가장 아름다웠던 날을 생각해 본다
틈으로 새어든 이슬의 눈물로 꽃을 피우고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코끝으로 전해져 오던 향기
가장 멀리 가는 향기를 만들어
산 너머 가는 바람에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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