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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9

by 1004들꽃 2017. 7. 6.


시 29


장맛비 내리는 오후
비에 젖은 나뭇잎 바람에 흔들리고
누군가의 긴 기다림 끝에 흐르는 눈물처럼
후두둑 빗방울을 떨친다
눈물도 사람의 일이라
한꺼번에 떨쳐 버리면 잊기도 쉬울 텐데
그리움은 오직 기다림으로만 남아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만으로
멀리서 그림자만 볼 수 있어도 좋았던
지워지지 않는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장맛비 내리는 오후
빗방울 떨어지는 나무 밑에 서서
밝은 듯 어두운 듯
비 내리는 먼 하늘을 쳐다본다
먼 하늘에서 흩어져 내리는 빗방울 쓸어 담아
아직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본다
빗소리를 좋아했던 사람과
밤하늘의 별을 좋아했던 사람과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 아래서 눈을 감던 사람과
기다림의 숲으로 들어가 숲이 된 사람 사람들
바람이 불 때마다 후두둑
그리운 사람의 이름이 발등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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