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5
술을 마셔서 만나는 걸까
만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걸까
하여튼 그를 만나면
불콰해진 얼굴에 웃음이 찾아온다
평생 마셔야 할 술 다 마신 것처럼
비틀비틀 다가가
악수를 청한다
눈이 내리던 날 첫사랑의 고백
비가 내리는 날을 골라 눈물 흘렸던 일
그리움이 깊어질 때마다
술을 마셨던 일
모두 모아 악수를 청한다
다시는 시를 쓰지 않더라도
뒷모습에 기대어 그림자가 되더라도
떠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의 곁에서 그가 되고
그가 되어 시가 되고
시를 쓰지 않아도 시가 되는
인생을 다 팔아 술을 마시고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한다
그에게 다가가 포옹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