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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향기

시계바늘

by 1004들꽃 2013. 7. 5.

시계바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달리는 초침이

피곤하다고 말한다

가을이 깊어간다고

이젠 제발 쉬고 싶다고

가을비가 내리는 밤이면

시침을 떼고 시치미를 뗀다

초침은 오지 말라고 분침은 더욱 더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고

비가 그치면 다시 보자고

바늘이 없는 시계를

가지고 싶다고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고

아무도 보고 싶지 않다고

바늘이 없는 시계를 보는 동안

내 비밀이 감춰질 수 있다고

목적지 없는

길을 가고 있는 동안

가을비는 겨울로 한 발짝 다가서겠지

시계바늘이 없다고 안심하고 있는 동안

팔 다리가 없어지고 목이 없어지고

머리통이 굴러가고 몸통도 굴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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