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달리는 초침이
피곤하다고 말한다
가을이 깊어간다고
이젠 제발 쉬고 싶다고
가을비가 내리는 밤이면
시침을 떼고 시치미를 뗀다
초침은 오지 말라고 분침은 더욱 더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고
비가 그치면 다시 보자고
바늘이 없는 시계를
가지고 싶다고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고
아무도 보고 싶지 않다고
바늘이 없는 시계를 보는 동안
내 비밀이 감춰질 수 있다고
목적지 없는
길을 가고 있는 동안
가을비는 겨울로 한 발짝 다가서겠지
시계바늘이 없다고 안심하고 있는 동안
팔 다리가 없어지고 목이 없어지고
머리통이 굴러가고 몸통도 굴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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