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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향기

삶의 뒤안길에서

by 1004들꽃 2013. 7. 5.

삶의 뒤안길에서

 

 

먼 기억 속의 흉터

봄비에 흘러내리고

꽃잎 진 초라한 길바닥에

초록으로 피어난 생의 향기는

지난날의 부질없음을 이야기한다

 

상처받은 영혼은 거리를 헤매고

속으로 삼켰던 울분은

빗소리에 젖어

서글픈 짐승의 울부짖음이 된다

 

하고 싶지 않았던 일도

진정, 하고 싶었던 일도

삶의 뒤안길에서

그 무엇도 아닌 것으로 남아

초라한 생의 중반을 넘어

늦은 봄비 속을 헤매는

그림자 없는 나그네가 된다

 

자정을 넘어 내리는 빗소리에

이렇게 처량해지는 것은

태고 적부터 있어 왔던 어떤 그리움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어쩌면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을

빗소리에 묻고

숨죽여 울고 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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