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삶
창가에 둔 화분 하나
조그만 싹을 틔운다
흙 속에 스며든 습기를 머금고
파릇파릇 싹을 틔운다
꽃이 피고 화려한 향기 퍼뜨리면
벌 나비 떼 춤을 추고
펄럭이는 날갯짓 따라 꽃향기도 춤을 춘다
담장 밑에
꽃을 피우지 못하는 잡초 한 송이
아무도 찾지 않지만 쓸쓸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고운 아침이슬 만나고
한낮이면 따스한 햇살을 만날 수 있었고
저녁이면 담장을 타고 흐르는 별빛이
귓가에 속삭여 주니 외롭지도 않았다
해가 뜨면 달도 별도 모두 가버리고
벌 나비 떼 온통 꽃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는 동안
달과 별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
잡초는 행복할 수 있었다
가끔 졸기도 하면서
어쩌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