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추운 겨울 장작불 핀 녹슨 드럼통 옆에는
등짐을 잠시 내려놓은 막일꾼들이
점심을 기다리며 몸을 녹이고 있다
아파트 준공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또 다른 공사현장에서 등짐을 업고
끝도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시고 이렇게 참석해 주신 내빈 여러분들께……
준공식 경과보고 시간 어디에서도
막일꾼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는데
하루를 쉬면 딸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살 수 없고
이틀을 쉬면 막내 아들놈 좋아하는 우유를 살 수 없으니
때 아닌 비를 뿌리는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고
비는 축축 하염없이 쏟아지는데
그놈의 내빈들은 잘 차려진 주안상을 둘러싸고
낄낄거리며 하루 일당을 벌어 가는데
한 달 치 일당은 언제 주려나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
그 놈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