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산에서 얻는 풍경

by 1004들꽃 2018. 12. 14.


산에서 얻는 풍경


정해져 있는 일과처럼 무의식의 시킴에 따르는 듯
등산화를 신고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생각 없이 가다보면
가던 그 장소에 도착한다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묵묵히 걷다보면
어느새 산의 중턱에 닿고
숨을 고르며 먼 풍경을 둘러보면
멀리 보이는 호수와
겹겹이 둘러 있는 산들이
온 하늘에 펼쳐 있고
구름은 잠시 쉬어 가려는 듯 머뭇대는 것이
거스름돈을 받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선뜻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바람이 슬쩍 옆구리를 스쳐 가면
누군가 다가온 듯 화들짝 놀란다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나무와 바위를 스치면서도
다가오는 풍경은 산을 찾을 때마다 다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슬픈 곡조가 흐느적거리고
하늘 높은 날에는 먼 하늘의 새가 소리 없이 미끄러진다
햇살 가득 받은 호수는
윤슬 가득 안은 채 안식을 꿈꾸는데
다가갈 수 있는 곳보다
다가갈 수 없는 곳이 많은 산은
나무와 새들을 말없이 키워내고
산짐승도 산의 일부가 되어간다
집으로 돌아오면 나도 집의 일부가 된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 들어가는 일상  (0) 2019.01.10
잘못했습니다  (0) 2018.12.24
달력  (0) 2018.12.13
소나무  (0) 2018.12.10
세월 21  (0) 201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