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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빈집

by 1004들꽃 2011. 9. 29.

빈집

 

 

계곡의 물소리가 쓸쓸해지고

때늦은 매미소리가

구슬프게 느껴지는 건

나뭇가지에 걸린 잎사귀에서

처량한 바람소리가 나기 때문이지

 

계절이 깊어가는 만큼

묵직하던 햇살도

어깨 위에 가볍게 부서지고

하늘이 높아지는 만큼

가을꽃들도 기지개를 펴겠지

 

바람에 실려 온 계절의 향기가

눈썹 위를 스치면

빈집을 지키던 손님은

여행에서 돌아온 주인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또 다른 빈집을 찾아 떠난다

계절은 그렇게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가는가 보다

 

모두가 잠든 가을

차가운 달빛만 서성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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