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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방황의 세월

by 1004들꽃 2011. 9. 29.

방황의 세월

 

 

잊혀진 얼굴이 되는 것보다

기억되는 얼굴이 되고자

얼굴을 버린다

얼굴 없이 살아가면서

얼굴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남산자락에 걸린 구름을 보고 느낀다

비난받고 거짓으로 치부된 삶을

화려한 포장지에 싸 두었다가

무심코 스쳐가는 바람 속에서

빈정대는 목소리를 듣는다

나에게 주어진 길이 아니라며

비겁함에 신음하는 소리가

불 꺼진 창으로 새어나가

가로등 아래서 울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기울이는 술잔 속에서

한때 마음에 두었던 여인의 머리카락을 떠올린다

고상한 시인들은 차를 우려 마시지만

술병마저 취하여 구부러질 때까지

지난 세월을 술잔 속에서 되새긴다

내일이 없으면 어떠랴

미래가 희미해지면서 현재마저 희미해지고

살아왔던 세월보다 살아갈 날이 더 길게 느껴지는 건

아직도 집착하고 있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지

불혹의 세월을 살아가면서도 결정하지 못하는 것들

망각이란 이름으로 청춘의 안개 속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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