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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바람처럼

by 1004들꽃 2024. 6. 26.

바람처럼


지나고 보니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 많은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꼭 해야만 했던 일 때문에
한줄기 촛불로 남았던 밤
누군가 보고 싶어 잠들지 못했던 시간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낯설어지던 시간
거울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얼굴이
늙어간다는 것임을 알게 되는 세월

잠자는 그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향긋한 얼굴로 바람처럼 다가와
바람처럼 흘려보낸 세월
주름 하나하나가 나를 보며 생긴 울분
한으로 맺힌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바람처럼 흘러갈까
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스쳐 가는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언제나 그대를 지키는 그림자 되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촛불로 남아
그대를 비추는 등불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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