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살아가는 나날들이 모두 미안하다
숨을 쉬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도
누릴 수 없는 것을 누리는 것도
눈부시게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미안하다
청춘의 푸른 가지를 꺾고
푸른 숲이 아름답다고 했고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를 꺾고
창공이 푸르다고 했다
할 수 없어서
할 수 있는 자를 무시하고
볼 수 없어서
볼 수 있는 자의 눈을 막았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에 글씨를 쓴다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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