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잠이 깨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어둠 사이로 희멀건 하늘이 보이고
- 가로등 불빛 때문일 것이다 -
정적의 공간 사이로 시계바늘 소리가 들려온다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돌린다
대부분의 채널은 연속극 재방송을 하고 있거나
홈쇼핑 재방송을 하고 있다
생각과 화면은 제각각이다
어제 했던 일과 오늘 할 일이 뒤죽박죽이 되어
무얼 하려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살아가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제는
살아 있는 이 순간이 기적이다
지금까지 살아 온 날들이 모두 기적의 순간들이다
저기, 학생 두 명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기적 두 명이 다가온다고 했다
태풍, 지진, 저수지 붕괴, 교통사고 등등
그 모든 순간을 피해 이 순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도 살아갈 날들도 모두 기적의 순간들에 있다
태어난 순간이 기적이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기적이다
만남에서 또 기적을 만들어내고
그 기적이 또 기적의 순간을 거쳐 새로운 기적을 만들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내세워야 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아야 하고
그 누구보다 빛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그들로 인해서 세상은 돌아가는지도 모른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그랬고 병자호란 때도
적은 바깥에 있었으나 정작 내부에는 말과 말의 전쟁이 있었을 뿐이다
그 모든 것이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일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당과 당 사이의 말의 전쟁은 여전하다
어느 말이 옳은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모르는 사이에도 세상의 하늘에는 계속 해가 뜨고 지고 있다
이 엄청난 자연의 현상,
기적의 순간 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