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비가 내릴 예정이어서 토요일에 산에 한 번 갔다와야만 했다
산에 가는 것이 병적인 버릇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한 번 또 두 번 빠지다보면 계속 빠지게 된다
갈 수 있는 날에도 핑계를 대며 산을 회피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주중보다는 미세먼지가 많이 벗겨졌다
희미하지만 하늘 색깔을 볼 수 있다
거리에 있는 것들은 모두 봄을 맞이하기 위해
소리를 내지 않지만 속으로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장미꽃이 한창 피어 있는 5월, 이 거리에는 초록과 빨강이 한데 어울려
5월의 푸른 하늘과도 잘 어울렸다
5월은 지나는 사람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진정 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산으로 접어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달래가 꽃망울을 삐죽 내민 것이 보인다
어느순간 팝콘 튀듯이 분홍색 꽃을 틔울 것이다
역시 계절은 세월을 속이지 못한다
잠시 따뜻한 날을 보내고
다시 추위가 사람들의 어깨를 점령해와서
아직은 봄이 먼 일인가 생각했는데
경칩이 지난 날은 바람이 불어도
잠시 기온이 내려가도
봄은 물러서지 않고 다가온다
동쪽 하늘은 제법 하늘색을 많이 보여준다
오후부터는 기상의 변화로 바람과 함깨 미세먼지가 많이 거둬질 것이라고 했다
일기예보를 따라 기상의 변화가 있는 것인지~~
하늘이 선명해지니
그림자도 제법 선명해진다
오랜만에 그림자를 본다
흐린날이 더 많았던 날들을 지내오며
땅을 쳐다보기 싫었던 사유도 있는 것이다
흐린날에는 그림자가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밤에만 외출을 하듯~~
흐리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그림자가 없는 사람도 마음껏 외출을 할 수 있다
대기 소류지도 제법 선명하다
모산재까지만 다니다보니
몸도 모산재에 맞춰지는 모양이다
제법 높은 산에 가면 대번에 표가 난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호흡이 가빠지고
힘든 산행을 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거리도 멀어 시간도 많이 걸리니
지루한 느낌도 나는 것이다
산의 형상을 계속 찍어보지만
눈으로 보는 만큼 화면에 담을 수 없다
눈으로 볼 때는 제법 전체적인 모습이 어울리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사진을 찍어보면 실패하고 만다
눈으로 보았던 장면은 영원히 담을 수 없을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카메라도 의식이 있으면 스스로 역부족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돌 속에 부처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손오공을 데리고 다니는 삼장법사가 들어 있든지
돌이 그대로 무언가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눈이 돌의 형상을 생각에 맞도록 맞춰내는 것이다
눈으로 계속 보고 있으면
세상에 있는
그리고 상상 속에 있는 어떤 형상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눈의 마법이다
바람을 한껏 받아 배가 반대쪽으로 팽팽하게 불어있는 형상이다
산의 크기에 비하면
돛은 너무도 작지만
모산재라는 배가 세상을 항해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몇천 년의 세월 동안 이렇게 무사히 흘러 왔으니 말이다
세월을 항해하면서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묵언수행을 하듯 아무 말없는 저 침묵을 보라!
이 바위도 눈으로 형상을 만들면
티라노사우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몸은 산에다 깊숙이 박아 놓고
머리만 내어 놓은 형상이다
입을 굳게 다물고 마을을 내려다보며
언젠가 마을에 내려갈 것을 생각하고 있다
마을에 가면 무엇부터 해야할까를
생각하다 매일 날이 저문다
날이 저물 때마다 그림자만 한 번씩 내려갔다
깊은 숨을 들여 마시며 다시 산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집과
다랑이논과
조그만 동산과
차가 다니는 길과
산마다 서있는 나무들과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호수가 어울어져 있다
언제나 푸른 소나무는
산을 지키며 있고
보랏빛으로 멀어져가는 산들도
제각각 나무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나무와 함께 살아가야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산들은 매일매일 흙을 모은다
공기중에 떠 있는 먼지들을 모아서 흙을 만들고
흙으로 나무를 키워내는 것이다
새똥을 덮어 쓴 표지석은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끄덕없이 서 있다
해발 767m를 자랑하며 의연하게 서 있다
돌탑은 시간마다 무너져 내리고
점점 속살을 내보인다
아무래도 돌을 다 들어내고 다시 쌓아야만 할 것 같다
산불이 나기 쉬운 계절이다
헬기가 순찰을 돌고 있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순찰이 아닌가 싶다
물주머니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면
물을 담지 않은게 분명하다
그래서 산불이 나서 출동하는게 아니고 순찰 중이라는 것
산불 예방을 위해 들어가는 예산이 전국적으로 엄청날 것이다
아무리 강조를 해도 매년 봄이 되면
전국에 산불이 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해야 산불이 나지 않을까
사람들의 의식은 언제쯤 똑바로 설까
벌금, 과태료, 구속 ~~~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산불은 그칠 줄 모른다
외국같이 자연에 의해 불이 나는 경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산불감시원이 없는 틈을 타서 불을 지른다
공무원이 퇴근하고 나면 불을 지르고
산불감사원이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불을 지른다
공무원이 출근하기 전에 불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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