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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흔적

모산재(2019-2-16)

by 1004들꽃 2019. 2. 17.

오늘도 모산재를 향한다

어느 곳을 가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길을 나서면 어느새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모산재 주차장에서 다시 모산재주차장까지 거리는 총 3.9km이다

조금 짧은 듯한 거리이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좀 걸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오랫동안 이곳을 다니다보니

몸이 그렇게 맞춰졌는지도 모른다

산으로 접어들어 이곳을 올라서면 비로소

사방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기저수지의 윤슬이 반짝거리고

돌과 소나무가 서로 어울려 있는 모습이 정겹다

영암사지와 영암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산들의 모습이 멀어질 듯 가깝게 다가온다

먼 산들 중에서

자굴산의 모습을 찾아본다

이곳은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다

산이 높아질수록 기온이 낮고

이곳은 음지라서 더욱 기온이 낮다

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눈을 보니 다만 반갑다 

산의 초입에서부터 햇살 가득한 가운데 흩날렸던 눈은 

이곳에서부터 찬바람에 실려 흩날렸던 것일까?

모산재 95계단을 쉬지 않고 오르면 숨에 턱에까지 와 닿는다

한꺼번에 훅 내쉬면 그동안 뭉쳤던 다리가 풀리는 것 같고

피로가 확 달아나는 듯한 느낌이 온다

이곳에 오면 먼 항해를 시작하기라도 할 듯 돛대바위를 쳐다보며

바람의 방향을 가늠해 본다

무너져 내린 돌도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언젠가 산림부서에서 군립공원 정비 차원에서

이곳의 솟대 기단 역할을 하는 돌탑을 다시 세울 것이다

그들이 작업을 하는 날 우연히도

내가 이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저 멀리 황매산이 보인다

황매산 주차장까지 가면

황매봉, 삼봉, 상봉을 거쳐 황매산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돌면 좋다

눈의 흔적들이

바위의 틈 사이에서 눈꽃으로 피어 있다

바위의 형상이

바람에 돛대를 나부끼며 먼 항해를 떠나는 배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세상에 태어나 어느 곳으로든 항해를 하고 있다

지나온 길이 어떻든 아직도 항해를 할 기운이 남아있고

가야만 할 길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행복이고 축복이다


늘 불만에 싸이고 비판을 하다보면

자신의 길을 갈 수가 없다

항상 멈칫거려야 한다

그런데도 남을 음해하고 헐뜯는 일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칭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 주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고

그것만으로도 바빠서 눈 돌릴 틈이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설, 추석 연휴가 되면 공항에는 외국으로 놀러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뉴스에서는 평생을 불경기라고 떠들고 있어도

백화점이나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걸리적거릴 정도로 붐비고 있다 

휴일의 하루정도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산길을 걷는 것은

한 주간 누적되고 시달렸던 생각들이 흩어지는 순간이다

이렇게 한 번 날리고나면 다시 한 주를 보낼 힘을 얻는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가끔 바람에 흔들리는 문소리

그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 

이곳에서 조용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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