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문턱인데도 날씨는 그렇게 가을로 가는 것 같지 않다
습도가 많고 기온도 높고 산은 안개가 자욱하다
바람의 영향에 따라 산의 모습은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과 함께 산길을 걸었다
나를 포함해서 7명이 함께 안개 속을 걸었다
습도가 많아서인지 땀도 많이 흐른다
안개 속에 있는 습도와 안개가 없어도 있었을 습도가 합쳐져서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땀을 많이 흐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을
아주 자신있게 밀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각종 비난이 빗발쳐도 아무렇지도 않게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영원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규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숨기고 잘못된 길을 정당화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만 잘되고 있는 것으로 정당화를 시켜나가고 있는 과정에서
잘되고 있음과 잘못되고 있음을 구분하는 판단체계가 무너져버리게 된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지각하지 못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을 더욱 자신있게 밀고 나가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그의 머리로 판단한 자신과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되고
거대한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전쟁의 피해자는 당연히
그 자신이 되기는 하겠지만
일차적인 피해는 그와 반대의견을 가진 아주 긍정적이고 보편적 사고 방식을 가진 일반인일 것이다
그 일반인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만난 것이나 다름 없으리라
세상은 모두에게
환하기만 할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안개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 안개를 걷어내면
바위가 웅장하게 서 있는 광경이 있다고 한다면 대부분 믿지 못할 것이다
이 곳을 계속 다니며 관찰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믿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지라도 남을 잘 믿지 못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믿지 못할 것이다
믿고 안 믿고는 자유겠지만
그 믿지 못함을 믿음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당장 저 안개를 걷어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산에 올 때마다 이렇게 안개가 끼어 있다면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안개가 끼어 있기 때문에
숨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나를 숨길 수도 있고
가까이 접근하여 나를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이다
가까운 만큼 잘 보이고
멀면 멀수록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데
너무 가까이 가서 흉한 모습을 본다면 그것도 사양해야 할 일 같다
적당한 거리에서 그냥 적당히 본다면 잘못된 일일까?
모든 부정정인 상황을 던져버린 상태에서
안개효과는 분명 세상을 부드럽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16년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고단(2016-10-2) (0) | 2016.10.02 |
---|---|
가야산(2016-9-24) - 얼떨결에 구름속의 산책 (0) | 2016.09.24 |
모산재(2016-8-27) (0) | 2016.08.27 |
모산재(2016-08-21) (0) | 2016.08.21 |
모산재(2016-08-13) (0) | 2016.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