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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흔적

가야산(2016-9-24) - 얼떨결에 구름속의 산책

by 1004들꽃 2016. 9. 24.

추석연휴가 지나고 첫번째 다가온 토요일을 맞아 집을 나선다

합천에 있는 모산재를 가볼까 생각하면서 4차선으로 잘 닦아놓은 길을 멍하니 가다가

모산재 방향으로 가는 길을 놓쳤다

그냥 가야산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들어선 길이다

가까운 곳만 다니다가 먼 산길을 걷는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들어선 길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백운동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나와 비슷하게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

출발은 10시 43분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곳인데도

내려오는 길에도 들어가보지 못할 것 같다 

새로 만들어진 용기골 탐방로로 들어간다

와보지 못했던 동안 입구를 새로 만들었다

아마도 생태 보호를 위해 우회하는 길을 만들었나보다

새로 만들어진 신작로는 예전의 길보다 물과 가까워서

물소리를 더욱 크게 들을 수 있다

새길은 아직도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옛 산성터이지 않을까 생각드는 곳이다

길을 새로 만들면서 일부러 쌓지는 않은 모양인데~~

이곳 가야산성 남문지와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글자로 보아서는

남문지라는 글자가 남문이 있었던 자리와 그 주변이라는 해석이 가능한데

그렇다면 지금 눈으로 볼 수 있는 성벽의 흔적은 새로 복원을 한 성벽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지만

분명 남문지라고 하였으니 성벽은 새로 복원하지 않고 현재 남아 있는 그대로이지만

문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문이 있었던 자리라고 하여 남문지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성벽으로 추정할 수 있는 돌담은 그 옛날 가야산성의 흔적일 것이다 

점점 날씨가 좋아져서

먼 산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과 어울리는 구름도 좋고

옥상의 시멘트 틈을 비집고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바위틈을 비집고 기어이 피어나는 쑥부쟁이도 좋다

바람의 영향으로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소나무도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단풍이 다 들었다

그러고보니 산 전체가

단풍으로 가고 있다

엊그제까지만해도 무더위 때문에 성가셨는데

벌써 단풍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기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눈앞으로 구름이 지나간다

얼떨결에  구름 속의 산책이다

온 산이 구름에 뒤덮힌다


몰려왔다 반대편으로 몰려가고

다시 만들어진 구름은 다시 몰려온다

구절초!

이 꽃들을 보면서 비로소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디론가 영원의 시간으로 거슬러 가는듯

근엄한 자태로 어딘가를 향해 시간여행을 가는 것 같다

구름이 몰려오는 반대편에서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치듯

구름이 솟아오른다



어느새

산은

구름속에서

아늑하다





만물상으로 들어섰다

기도를 하는 손처럼 바위가 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저 손형상 바위를 향해 가야만 한다

오랜만의 긴 산행길은 온 몸을 지치게 만든다

허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온 몸이 쑤시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걷는 일밖엔 할 일이 없다

한박짝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풍경은 좋건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늙었나라고 생각하자니 너무 슬프고

낮은 산, 걷기 쉬운 산을 택하자니 아쉽다

새로 지은 절이 보인다

처음에는 해인사의 어느 일부가 오는가 생각했는데

절은 단독으로 심원사라는 이름으로 왔다

용기골 탐방로로 들어가

만물상 탐방로로 나왔다

빠져나온 시간은 4시다

약 5시간 20분

힘든 시간이었다

심원사

당간지주가

아주 당당하게 서 있다

삼층석탑만 세월을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모두 새건물이다  



아마도 이 종은

어느 순간 새로 지어진 범종각에 들어서지 않을까

절을 감싸고 있는 산에는

기울어진 소나무가 있다

가만히 서 있는 소나무를 향해 기울어 있다

얼마나 그리워서 저토록 기울었나

등굽은 소나무처럼

사랑은 언제나 사랑하는 쪽에서 먼저 기운다 

당간지주와 석탑을 일직선으로 배열해본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시간이다

목적지를 지나치는 바람에 가진

우연한 구름속의 산책으로 황홀했던 산행이었다


풍경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의 시다


풍경소리가 들리지 않는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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