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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흔적

모산재(2016-08-21)

by 1004들꽃 2016. 8. 21.

토요일 산을 찾지 못했고 일요일에 산을 찾는다

지난주에 이어 다시 찾은 모산재 

익숙한 길인데도 새길을 찾은듯한 느낌

산길을 걷는다는 설렘 때문일까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도로 주변에서 제 철에 피지 못하고

늦게서야 피어 길을 지키고 있는 장미를 만날 수 있다

오늘은 거꾸로 가 보기로 한다

영암사지를 지나 순결바위를 지나고 공룡능선을 지나 모산재로 향하기로 한다

옛 절터가

주인이 떠나버린 성터처럼 쓸쓸하기는 한데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뭔가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 있다

탑이 들어섰고

범종각이 들어섰다

아직 종을 매달지는 않았지만

절에는 세월이 흐르는만큼 자꾸 새로운 이미지들이 들어설 것 같다

범종각의 처마와 건물의 기와를 밑에 깔고

그 위에 산과 하늘과 구름을 올려 보았다

숲으로 들어가니

무성한 잎으로 인하여 산속이 컴컴하고

풀들은 자꾸 길을 침범하려 한다

삼백초차를 판매하는 아주머니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장승 조각가가 이곳에 가게의 이름을 새기고 장승을 조각해 준 모양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얼마간 걷다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까마득하다

인생도 그런 모양이라

얼마 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지나온 날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엊그제 같은 날들이

생각해보면 대부분 2, 30년은 더 되었다

청춘은 나에게 아무말하지 않고 가 버렸고

내가 찾을 때는 이미 자리를 뜬 이후였다

청춘이 떠난 텅빈 자리는 먼지만 쌓여 있을 뿐이다

누군가가

소나무 아래 태극기를 꽂아 두었다

국사당에도 태극기가 양쪽으로 두 개 꽂혀있다

땀을 훔치며 뒤돌아 본 곳에도

절의 풍경이 있다

법연사다

순결바위를 바로 앞둔 곳이다

이곳을 넘어서면 공룡능선이 나온다




순결바위를 조금 지나니 소나무에 태극기를 걸어 놓았다

오늘은 태극기를 따라가는 여행길이다

빛이 넘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바위가 서로 의지하듯 기대어 서 있다

빛과 하늘과 바위

풍경을 그릇에 담아두듯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름답다

아마도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모산재에도 태극기가 꽂혀있다

약간 뒤쪽으로 한 개가 더 있었는데 카메라가 잡지를 못했다

그리고 장승 앞에도 태극기가 한꺼번에 세 개 꽂혀 있다 

오늘 태극기 찾기는 다 한 것인지?

모산재에 태극기를 꽂으러 온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부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기를 바란다.







내려오는 길에 보물로 지정된 귀부를 보기 위해 들른다



영암사지 전경이다

쌍사자 석등도 보물이다


삼층석탑 또한 보물이다

보물이 한꺼번에 세 개가 모여 있다

다음주에는 좀 시원해 질까?

다음주에 다시 올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찾을 날을 기약하며

다리가 온전한 날까지 계속 걷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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