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내린 비에 온 천지는 빨래를 해서 널어 놓은 듯 깨끗하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잎사귀들은 원색을 나부끼며 흔들리고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그냥 기분좋아지는 시간이다
줄장미는 절정에 닿았다가 계절과 이별을 하는 시간이다
기다리는 시간은 사람들에게만 지겨울 뿐이고
나무들은 그저 시간과 시간의 사이에서 모든 것을 준비한다
그 시간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각각 개별적으로 수행한다
계절이 끝날 때마다 변화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들
다가오는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 산행의 주제는 구름이다
비의 영향인가 아직 동쪽 하늘은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나머지 세 방향. 서쪽과 북쪽 남쪽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뭉글뭉글 피어난다
산들바람에도 흔들 춤을 추며 공중부양시키듯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비가 온 뒤의 산의 모습은 아무래도 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만 닿으면 비가 온 뒤에는
대부분 산을 찾는다
특히 모산재는 비가 온 뒤에도 질척거림이 없기 때문에
발걸음은 상쾌하다
깨끗하게 씻어 놓은 돛대바위 뒤로 펼쳐지는 광경
구름과 하늘과 옅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산들
그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다
떨쳐버리고 이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면
얼마나 좋은가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고 이내 집으로 돌아간다
직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항상 사람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제 제대로 옷을 입었다
앙상했던 모습들은 풍성하게 부풀었다
같은 소나무일지라도 겨울에 보는 소나무와 여름의 초입에서 보는 소나무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더욱 풍성해지는 모양이다
황매봉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언제부터인가 모산재 입구에도
깃이 달리기 시작했다
깃은 점점 많아지며
장래에 하나의 깃발처럼 나부끼게 될 것이다
햇빛의 영향으로 동쪽을 보는 카메라는 역광으로 어둡고
서쪽을 보는 카메라는 환하게 자연을 보여준다
저 멀리 공룡능선의 모습은
약간의 구름으로 햇빛이 가려졌을까
제법 선명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의 마음도 너무 밝은 것보다
햇빛을 등에 업고 밝은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다
약간의 구름도 낀다면 더욱 선명해지지 않을까
너무 밝음은 때때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
구름은 모여 들었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인다
그 흩어짐과 모임의 조화 속에서
한 폭의 풍경화가 완성되고
다시 지워져서
새로운 그림이 펼쳐지도록 도모한다
비에 씻긴 산은 하늘과의 경계도 분명하게 만들고
그와 함께 마음도 깨끗하게 만든다
싱그러운 유월의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고 돌아내려온다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약 두 시간 남짓
땀 한번 흘리고 돌아간다
하루가 상쾌해진다
의령에서 약 40분 가량 차를 타고 온다
40분 동안 따라부르지 못할 노래를 들으며 온다
세상에는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보다
따라 부르지 못하는 노래가 더욱 많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더욱 많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도대체 각자 무엇을 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은 무슨 생각에 빠져 골똘해 있는가
인간은 얼마나 살아왔고 얼마나 살아갈 것인가
인간은 누구를 그리워하며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은
그저 살아갈 뿐이다
너무 감동할 것도 없고 너무 슬퍼할 것도 없고
가만히 지켜보며 살아갈 뿐이다
그 그저라는 것을 그저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일어난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샹태로 버려질 뿐이다
국회라는 것이 도입되고부터 회의를 통해서 모든 일들이 결정되기 시작했다
모든 안건은 방망이를 두드려야만 가부가 결정된다
방망이를 두드리는 장소로 가지 못한 사람들의 의견은
모두 쓰레기 버리듯 버려지고
새로 국회가 열리면 바꿔야 할 법들이 다시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사람들은 그 법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여태 어떻게 살아왔을까?
그냥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어 그 법에 갇혀 헤어날 줄 모른다
모든 것이 욕심 때문이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산에서 구름과 하늘과 돌과 바람과 함께
모든 집착을 버리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 나라의 인간이기를 바라지만 국민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국민이 되고 그 국민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만 하고
그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학교 교육을 의무화하고
부모와 눈물의 이별을 만드는 국방의 의무를 져야한다
또 근로의 의무를 강조하지만 실업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혈안이 된 듯한 정부는
무슨 집단인지?
실업자를 구제해야 한다면서 현 근로자의 정년을 늘여서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집단은 그룹인지 정부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모든 생각들은 한낱 뜬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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