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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늙어가는 일·3

by 1004들꽃 2023. 1. 25.

늙어가는 일·3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아프다
오른쪽 왼쪽으로 구르다 겨우 일어난다
출근 때문에 아픈 줄도 몰랐던 몸이
참는 줄도 모르고 참아왔다는 것을
이제야 겨우 느끼게 된다
추운 줄도 모르고 돌아다녔는데
이제 추운 날에는 꿈쩍도 않고 집에 붙어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소식도 없고
꼰대가 될 것 같아서 물어보지도 못한다
기다리는 한 시간이 지루했는데
한 시간을 기다리다 어느새 세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얼렁뚱땅 허둥지둥 하루를 보내고
다시 얼렁뚱땅 허둥지둥 내일을 맞게 된다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낮과 밤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쓰지 않겠다고 했던 일기를 쓰기로 했다
날짜와 요일과 날씨를 기록하면서
하루가 가는 것을 안다
토요일을 기록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연. 월. 일.(토) 맑음을 기록하고 있다
한 주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이 되기도 하는구나
어영부영하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누군가의 묘비명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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