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일·1
가을이 깊어지는 날이면
상수리나뭇잎 힘을 다했는지
저절로 떨어져 바닥에 굴러다닌다
앙상한 가지는 잎 다 털어내고
바람이 불 때마다 텅텅 요란한 소리를 낸다
텅텅 비었다고 그렇게 소리를 내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 조바심이 쳐져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데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듣는 사람도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말은 제멋대로 흘러 다니지만
거두어들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고
사람이 사는 곳마다 공허한 메아리만 가득하다
편을 갈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욕하고 헐뜯고 뻣대다보면 자기가 누구인지도 망각해버린다
스스로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되면서도
오히려 멀쩡한 사람을 꼭두각시라고 흉보고 있다
두 손을 꼭 쥐고 놓을 줄을 모른다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무덤까지 가져가려 한다
늙어가는 일은 놓아버리는 일
아까울 것도 집착할 일도 없다
내가 가진 것을 구석구석 찾아서
한없이 주다 보면 홀가분해지겠지
홀가분해서 편안해지면
잘 늙어간다고 할 수 있겠지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