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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가을풍경·2

by 1004들꽃 2022. 11. 16.

가을풍경·2

 

 

샛노랗다 못해 차라리 붉다고 해도 좋을 색깔들이 온 지천을 수놓는다

선들바람 불어오면 마른잎들 속삭이듯 서걱대고

꿈쩍도 않는 바위도 어깨를 스치는 바람에 가끔 눈웃음을 쳐 보인다

낮이 점점 짧아지는데도 하늘은 높고

한해를 보내는 사람들은 계획했던 일들의 숫자를 맞추느라 분주하다

가을과 겨울의 갈림길이 참 좋다

일을 끝내고 동면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처럼

떠나가는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을 쳐다보며

멍하니 앉아 있을 수 있어서 좋다

낙엽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먼 산 눈보라를 생각해 본다

가을 풍경 속에 눈보라를 새겨 넣으며 꿈길을 걷는다

가을을 이대로 멈춰둘 수는 없지만

분주하게 계절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또 가을이 다가와 있겠지

봄이 되어도 새싹처럼 피어나지도 않을 머리카락은 해마다 푸석해지고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돌아서면 사라지는 풍경

차라리 스스로 풍경이 되기로 한다

가을풍경이 되었다가

겨울풍경이 되었다가

바람이 불면 소리 나는 풍경이 되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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