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에 새긴 삶
겹겹이 둘러 싼 나이테의 중심에서
아직도 채 여물지 않은
어린 나무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네
축복 속에서 시작했던
첫 출발의 소중했던 기억이
아직도 촉촉이 젖어있었네
뻣뻣한 껍데기에 둘러싸여
생을 마칠 때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소중한 추억을 느낄 수 있었네
나이테를 들여다보며
많은 상처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태풍과 가뭄의 흔적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던 흔적
무심코 남긴 꾸러기들의 장난
역겨운 냄새에 찌든 흔적
자세히 보니
상처만 있는 것도 아니었네
맑은 가을 하늘과
차분히 내린 비에
속살 고르게 익었던 시절과
첫눈 내리던 날의 설렘과
캄캄한 밤
홀로 별자리를 세며
훗날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고목이 되겠다는 다짐이
나이테 속에 단단히 새겨져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