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사는 것
모두 기억하기엔
생이 너무 부담스러워
편한 것만 받아들이는
이기주의를 선택한다
도시의 한 귀퉁이 행상에서
먹고 싶지 않은
군고구마 한 봉지 샀다는 것으로
양심을 다스릴 필요는 없겠지만
눈이 내리고
또 비가 내리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목에 핏대만 세우고 있는
쓸쓸한 그림자를 발견하지는 않았는지
잊고 사는 동안
장롱 밑의 먼지처럼
콘크리트 아래에서 썩어가는
은행나무 뿌리처럼
골방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