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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by 1004들꽃 2016. 4. 8.



길을 걷는 이유도 모르고 길을 걷고 있을 때가 있다 지나온 길은 기억에 없고 나아갈 길은 기약도 없다 지난밤 내가 걸었던 길이 다음날 없어져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지고 허둥지둥 남들이 가는 길을 덩달아 걷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도 많아졌다 한 번 쌓아 둔 날은 다시 들추지 않아 차곡차곡 쌓아 둔 날들에서 곰팡내가 나는데 돌아보지 않는 날들을 얼마나 더 쌓아야 할까 비 오는 날 영문도 모른 채 따라나선 그림자는 주인을 잃어버렸다 그림자를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은 비 오는 날 나서기 싫어하는 그림자를 데리고 문을 나서는 것이다 제각각 길을 가다가 마침내 황혼에 섰을 때 더 갈 곳도 없는 지친 그림자는 길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일어설 줄 모른다 모두 비울 때까지 긴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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