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저녁놀이 가는 곳을 따라
내가 걸어왔던 길들이 간다
웃고 있었던 길과
울고 있었던 길들이
붉게 물든 저녁놀을 따라서 간다
떠나가는 길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가지 못한 길들에게
함께 저녁놀을 쳐다보자고 했지만
가야할 길을 가지 않는 것은
길이 아니라고 했다
나의 슬픈 길들은 굽은 허리를 부여잡고
눈물 젖은 길을 따라서 갔다
혼자 남은 나는 길 밖에 앉아
모두 같은 모습으로
멀어져 가는 길들을 바라보았다
지친 길들이 저녁놀을 따라
끝없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