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82
무수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내리는 오후
흠뻑 젖은 몸은
지탱할 수 없는 무게에 중심을 잃는다
아득한 날들 동안 견뎌왔던 일들이
모두 소용없는 일이 될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하늘을 보는 것
없었던 이야기들이
느끼지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
지난 일들은 그저 사라질 뿐이다
현재를 지탱해 왔던 삶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예고 없는 사라짐에 대하여
알 수 없는 슬픔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말자
다가가지 못하는 미래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지 말자
살아가는 일이란 그저
기우뚱거리는 현재를 짊어지고 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