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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갈대의 울음

by 1004들꽃 2011. 6. 18.

갈대의 울음

 

 

아직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바다로 내려가는 검은 물길

검게 짓눌린 산그림자

소매 끝에 묻은 어둠을

툴툴 털고 일어나

묽은 안개를 뒤집어 쓴다

물길을 따라 떠나지도 못하고

떨치고 산으로 들어가지도 못해

진흙 속에 뿌리박고

새벽이 올 때마다 울었다

푸르다 못해 눈부신 이름으로

저토록 슬픈 울음을 울 수 있는 것은

떠나지 못하는 것들의

모든 울음을 울기 때문이라고

눈물이 많아 다 울지 못해

떠날 수 없다는

변명도 아닌 너의 눈물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부터

바다로 가는 물길을 잡고 울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

인생에 지쳐 돌아오는

나그네들을 위해 울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새벽에만 우는

눈부시게 푸르른 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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