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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잃어버린 시간

by 1004들꽃 2011. 6. 20.

잃어버린 시간

 

 

시계가 열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다

두 달 쯤이나 되었을까

수명을 다한 건전지를 뺀 시계는

움직이지 않고

언제나 열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다

새 건전지를 끼우지 않으면

시계는 시계가 아니라

그저 열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는 장식물이다

화난 얼굴의 눈썹이 열 시 십 분이고

잠을 자다 깨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열 시 십 분이다

잠을 자기도 이르고

잠을 자자니 아까운 시간

두 달 동안 움직이지 않는 시계

움직이지 않고 지나간 시간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화를 낸 채 두 달이 흘렀고

기지개를 켠 채 두 달이 흘렀다

그 오랜 시간동안 풀리지 않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흐르는 시간 속에 흐르지 않은 시간

새 건전지를 끼우면 두 달을 버리고 다시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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