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사라져버린 것은
기억이 아니네
기억할 수 없는 것도
기억이 아니네
타인의 기억 속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니네 다만
그들에게서만 내가 될 뿐
돌이킬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는 것들
인생에서 벗어난 것들
그들은 온전히 내가 되지 못하네
기억의 저편에서
낯선 사람들이 손짓하면
어색해지는 곳
술렁이는 그림자가 되어
한없이 바라보는 곳
뒤돌아 터벅터벅 나의 길을 가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곳으로
죽어서도 따라다닐
그림자만 데리고
터벅터벅 나만의 길을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