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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가을강

by 1004들꽃 2012. 9. 7.

가을강

 

 

기울어가는 해가 잿빛으로 스러져가고

산들이 그림자로 멀어져 갈 때

가을강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노을에 물들어 멀어져 가는

먼 산들을 바라보며

희미해진 산그림자를 품고 끝없이 울었다

갈대 흔들림에 진저리를 쳤던 날들이

바람 잦아든 잿빛 강가에 풀어지고

짝을 찾는 철새들은 갈대숲에서 길게 울었다

동쪽하늘에 빛이 태어날 때마다

가을강은 하루씩 물들어가고

물고기들도 누렇게 익은 배를 뒤집으며 사랑을 찾았다

가을강은 다만 가을에만 울었고

다시 가을이 될 때까지 숨죽여 있어야 한다

가을강에서는 누구나 소리내어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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