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여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중 문득 떠오른 산
지금 쯤은 눈도 없고 한산할 것이라는 생각에
가야산을 한 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도 오를 때는 용기골이 아닌 만물상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오전 11시 정도 산 입구에 도착하니
국립공원 관리를 하는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불조심을 당부한다.
웃으며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했다
담배와 불장난은 별개의 일이긴 하다고 혼자 생각해 본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아서
이내 땀이 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만물상 모습을 보기까지는
땀이 나긴하지만 전체적인 몸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그래도 먼 산에는 눈의 흔적이 보인다
멀어서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분간하기는 힘들지만
산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찬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맞은편 산에는 눈의 자국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시간이 갈수록
눈의 양보다는 피로의 양이 더 많이 쌓여간다
응달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으로 생각해보면
계속 눈이 보일 것 같다
서서히 각종 형태를 뽐내는 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부턴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37년동안 개방되지 않았던 곳이라
사람들의 방문이 조금 그리워졌던 구간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자연이 사람의 방문을 꺼려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고~~
사람이 방문하지 않을수록 자연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자연스럽다
아니 자연 그 자체인 것이다
산사태가 나더라도 제각각의 일이고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갈 것이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등산화가 자꾸 미끄러진다
얼마 가지 않아서 눈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현실을 밀어내면서
계속 맨등산화로 길을 간다
계속 미끄럽다
누군가
이름 쓰기 장난을 한 모양이다
한때 몸매가 장난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난꾸러기 몸매가 되어간다고 하더니
늙어가면서
눈에 장난을 치는 장난꾸러기가 나 말고 또 있는 모양이다
가로로 드러누워
뿌리까지 다 드러낸 자태를 산꾼들에게 보여주는 소나무
자세히 보면 머리부분이 툭 튀어 나온 짱구의 형상이다
비스듬히 누워 있는 짱구 스님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생각과 달리
눈길이 시작됐다
날씨도 그에 맞춰서 쌀쌀해진다
땀을 흡수한 옷이 식으면서 차가운 느낌이 등으로 전해져 온다
젖은 옷이 무겁게 느껴지고~~
계속 눈세상이 펼쳐진다
예상하지 못했던 눈세상이다
며칠 전 내린 비가 이곳에서는 눈으로 내린 모양이다
눈을 덮어 쓴 만물상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다
축소시켜서
집 마당에 들여 놓으면
온전한 석가산이 되겠다
상아덤에 도착했다
이제 늙었는지
여기까지 오는데 기진맥진하고 만다
아직도 갈 길은 먼데
힘이 빠져 나갈 때는 언제나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
어디를 가든지 말없이 언제나 따라나서 주는 친구
그는 말이 없다
오로지 나의 행동만 따라할 뿐이다
어떤 순간에도 나를 질책하지 않는다
힘이 남아도는 날이면
그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지겹지도 않은 모양이다
만물상탐방로라는 통문이 새로 생겨 있다
눈길을 따라서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상왕봉을 지척에 두게 된다
먼저 칠불봉을 만나게 된다
1430m인 상왕봉보다 3m 높다고 표기 되어 있다
정상으로 갈수록 눈은 계속 많아진다
무릎까지 빠질 정도다
이곳을 지나면
상왕봉을 마주할 수 있다
상왕봉과 관련하여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접하게 된 내용은 이렇다
“가야산 상왕봉은 삼각점의 높이가 1430m이며, 이 높이가 가야산의 공식적인 높이로 사용되고 있다. 칠불봉의 경우 가장 높은 봉우리의 높이가 1410.5m로 확인되며, 성주군에서 주장하신 1433m의 높이는 그 진위를 알 수가 없다.” 라는 국립지리원의 지도과 담당자의 회신에 따르면 가야산 상왕봉이 정상임을 확인하고 있다.(국제신문 - 인터넷 검색)
그리고 [가야산 국립공원 관리공단] 홈페이지 담당자의 가야산 정상봉의 확인 답변(2002. 2.7일)에 의하면 "가야산 정상 관련은 - 건교부고시 제314호(s=1:5,000)도면에 의하면 상왕봉(1,430m)이 가야산정상으로 기재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고 가야산 정상이 상왕봉임을 공식적으로 명확히 하고 있다.(인터넷 검색)
어느 것이 진짜인지 헷갈리게 하지만
높이에 관계없이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답변에서 상왕봉이 정상이라고 밝혔듯이
가야산의 정상은 상왕봉이어야 할 것 같다
상왕봉을 돌아 내려와 서성재에서 용기골로 접어든다
눈 때문에 제대로 앉아서 쉴 곳이 없다
쉬지 않고 계속 걸어서 내려 온다
늙은 몸이 피로를 호소 한다
예전과 달리 걸어 갈수록 지친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해진다
다음에는 용기골로 올라가 만물상으로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물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너무도 피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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