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주일만에 다리가 풀렸다
예전에는 2, 3일 지나면 괜찮았는데
세월에 이기는 장사가 없다
가까운 모산재를 향해 나선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아직도 가야산 후유증이 남았는지
자주 쉬어가게 된다
멀리 돛대바위가 보인다
쉬엄쉬엄 천천히 가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될 곳이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날씨가 따뜻해서 공기 중에 습도가 많아져서인지
대기는 전체적으로 부옇게 흐려져 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온 산이 시끌벅적하다
시산재를 지내러 온 산악회가 두 팀이나 되었고
개별적으로 온 사람도 많았다
산속에서 각자 숨어 있는지
소리만 들리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비가 내렸는데 이곳은 눈이 내렸나 보다
함양, 산청, 거제 등지에서 대설주의보가 내렸었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눈이 많이 내렸나보다
이번 겨울에는 눈구경을 많이 하는 편이다
지리산과 가야산에서 눈을 보았고
이번에 또 모산재에서 눈을 보게 된다
눈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성큼 봄이 다가와
남아있던 눈들도 다 녹아버리겠지
다시 다가올 겨울을 기다려야 한다
이 계단을 올라서면
모산재는 다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돛대바위를 보고 나면
쉬엄쉬엄 얼마 지나지 않아 모산재에 도착할 수 있다
눈 위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선다
無恙
무양,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근심을 풀어 놓고 가라고 하는 듯
장승은 보통사람으로서는 해석하기 어려운 미소를 띠고 있다
눈을 덮고 있는 황매산 풍경이다
고도가 높을수록 눈은 많이 쌓이고 더디게 녹는다
사람은 높을수록 천천히 녹을 수 있을까
사람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믿었던 사람도 단번에 믿지 못할 사람이 되고
인생을 살면서 몰랐던 사람들도
믿지 못할 사람이 되어 대중 앞에 선다
그들이 믿지 못할 사람이 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나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사람인데
왜 믿지 못할 사람이 되어
내 앞에 서 있는지 알지 못할 일이다
스스로 믿지 못할 사람이 되지는 않았겠지~~
보통 사람들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그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일상생활로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제는 일상생활로 하면 안 되는 일로 판명이 나서
그들을 알고 싶지 않은 나에게도 뉴스를 통하여 다가와버린 것이다
사람과 시람의 관계를 더 알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나는
남들에 의해서 알아지게 되는 이런 일들을 피하고 싶다
사람과의 관계도 이제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야 할 시기다
너무 많은 사람을 알고 있으면
그들을 다 기억할 수도 없고
인과관계도 엮을 수 없다
그것은 차라리 모르는 관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한 관계의 엮임 속에서 진정으로 챙겨야 할 관계도
그러한 스쳐 지나가는 관계로 함께 엮여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관계 때문에
기존의 소중한 관계가 깨진다면
그것이 어떤 것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계를 포기해야 할까?
하지만 섣불리 판단할 것은 아니고
신중한 선택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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