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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15 문학기행 -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곳 슬로우 시티를 찾아서

by 1004들꽃 2015. 6. 17.


전남 신안군 증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곳 슬로우 시티를 찾아서


여행일정 요약

기간 : 2015. 6.13 6. 14(2일간)

장소 : 전남 신안군 증도

참석 : 양창호, 박래녀, 윤재환, 김양채, 이미순, 한삼수, 박현철, 최윤업, 김인선, 주향숙, 박진숙, 김병섭(12) 마지막시간 합류 정영길

주요장소

(1일차) 보성녹차휴게소, 송도 수산물 판매장, 증도대교, 짱뚱어다리, 우전해수욕장, 낙지호롱 시식, 보물섬 낙조전망대, 숙소,

(2일차) 소금박물관, 태평염전, 소금가게, 소금밭 낙조전망대, 염생습지, 함평엑스포공원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길

 

벌써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을까. 작년도 영월 문학기행의 시간들이 마치 엊그제 일같이 느껴진다. 버려야 할 것들과 저절로 잊히는 것들이 뒤엉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도 사라져야하는 것들에 휩쓸려 함께 버려지고 잊히게 된다. 기억은 도대체 어디까지를 기억이라고 해야 할까.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다.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그도 나에 대해서 마찬가지 생각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오로지 나의 눈에 비치고 나의 심장에 화인처럼 각인된 기억만이 나에게 있어서 기억으로 존재할 것이고 그마저도 희미해져가는 것을 막을 방도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2015년도 문학기행 장소는 수원으로 정했다. 사전 답사를 다녀왔고 숙소와 방문할 장소를 정하고 시간계획을 잡았지만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의 기습으로 부득이 장소를 바꾸게 되었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천사섬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문학관이나 문학을 상기시킬 수 있는 공식적인 장소는 없었지만 오로지 보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서 풍경은 바뀌게 마련이어서 걸음걸음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끌어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받아들여서 기억으로 기록하는 방법은 달라서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만들어져서 소멸할 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이고 자신에게마저도 세월의 영향을 받아 다양하게 변화될 것이다.


처음에는 회원 2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동호흡기 증후군의 확산으로 장소를 바꾸게 되면서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된 회원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참여자로 확정되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의령군청 마당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다. 승합차 1대로 출발했고 운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창 밖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추억의 장소는 늘 설렘으로 다가오게 마련이어서 가 보았던 곳을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라도 여행을 할 때 늘 쉬어가던 곳 추억의 장소 섬진강 휴게소에서 쉬어 가자는 회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섬진강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보성녹차휴게소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이른 시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생리적인 현상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휴게소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휴게소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어느새 마음 깊숙한 곳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순간인 것이다.


슬로우 시티를 방문하러 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회원들의 동작도 느릿느릿하다. 휴게소에 들른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는 말에도 회원들은 거의 요동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사진사의 요구대로 줄을 서 준다. 카메라 속으로 빨려 들어온 회원들은 앉아 있기도 하고 서 있기도 했으며 심지어 무표정한 사람도 있었지만 웃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했다. 어쩌면 모두 웃고 있었는데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잔상이 흐릿해졌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슬로우 시티를 만나는 시간

 

휴게소를 나와 무안을 지나 신안군 송도 수산물 판매장에 도착했다. 새벽 경매장에서 낙찰 받은 수산물을 중매인들이 팔고 있었다. 시장의 한쪽 구석에는 병어회를 먹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중매인들의 가게마다 구경하는 사람들과 흥정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병어회와 소주 한잔하는 게 어떠냐는 회원의 제안에 모두 둘러 앉아 구수한 병어회를 먹었다. 안 먹고 떠났다면 후회할 뻔했다. 사실 문학기행에서 이런 시간을 가진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봐야 할 것들을 많이 보기 위해 시간에 쫓겨 이동 속도를 높였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본다고 해서 가슴 속에 많이 남는 것도 아니고 적게 본다고 해서 적게 남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어떤 특별한 경험에 의해서 특별하게 가슴에 와 닿는 것만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형성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슬로우 시티에 들어간다고 해서 너무 느린 행보로 일관한다면 목적 달성을 방해할 수도 있다.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증도대교를 향해 출발했다. 증도대교 앞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촬영에 들어갔다. 대교를 배경으로, 준공 상징 조형물을 배경으로 단체로 혹은 개별적으로 사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증도는 신안 천일염의 주요산지로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 지정을 받은 곳이다. 신안군의 섬이 거의 1004개라는 의미에서 천사섬으로 불리며 친환경 농업의 섬, 자전거의 섬, 별빛을 볼 수 있는 섬, 담배연기가 없는 금연의 섬, 자동차 없는 섬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군의 의지가 엿보인다. 증도로 들어가는 길목인 대교 앞에는 금연의 섬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농게가 집게발로 담배를 자르고 있는 형상의 조형물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느려서 더 행복한 섬! 슬로시티 증도라는 광고판에는 슬로시티로 표기되어 있고 대교 준공 상징 조형물의 설명문에는 슬로우 시티라고 표기되어 있다. 어떤 것이든 통일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다.

 

태곳적 모래톱을 만난 시간

 

점심식사를 마치고 짱뚱어 다리로 이동했다. 짱뚱어 다리 밑에는 끝도 없는 개펄이 펼쳐져 있고 짱뚱어와 게들이 개흙에 구멍을 내며 들락거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이토록 부드러운 속살로 온갖 생명을 키워내고 또 그들을 받아들여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도무지 그 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해낼 수 없었고 그저 알 수 없는 시간의 영속성 앞에서 우두커니 짱뚱어와 게의 움직임을 바라볼 뿐이다. 다리를 지나면 모래로만 이루어진 모래톱을 만나게 된다. 우전해수욕장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도저히 신을 신고 있을 수는 없었다. 회원들은 모두 신을 벗어 던지고 말았다. 넓은 의미에서 개펄과 모래톱은 갯벌 안에 들어 있지만 개흙만 펼쳐져 있는 곳을 갯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무도 부드러운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톱은 바닷물을 머금으면서 돌처럼 단단해졌고 물속으로 들어간 모래톱은 다시 부드러워져서 발에 와 닿는 촉감은 너무도 부드러워 아마도 세상의 언어로서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썰물이 되면 바다는 해안과 멀어져가고 멀어져가면서 모래톱에 남긴 흔적은 파도를 꼭 닮아 있었다. 개펄은 개펄끼리 펼쳐져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개펄 옆에 모래톱이 펼쳐져 있고 모래톱을 지나 파도의 흔적을 따라 들어가면 다시 모래가 많이 섞인 갯벌이 펼쳐진다. 해변과 멀어질수록 개흙 성분이 많아져서 발등까지 빠지게 되는데 부드럽게 휘감는 촉감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는 없을 것 같다. 물살이 빨라지는 곳부터 양식장을 설치해 놓았는데 양식장 아래로 흐르는 물은 바람을 만들고 바람은 물살을 따라 불었다. 두 팔을 벌리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다. 바람은 몸에 부딪치는 것을 거부하고 몸을 관통해서 지나가버렸다. 바람이 통과해버린 몸은 바람처럼 흐느적거리고 어느새 바람과 몸과 바다는 하나가 되었다.


바다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고장에서 살다가 이렇게 바다와 맞닥뜨려지게 되면 갑작스레 가슴이 미어지고 울컥해진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감정은 때론 아픈 것이었다가 때론 감미로웠다가 또 어떤 때는 도무지 무엇인지 모를 공허감 같은 것으로 인하여 도저히 내 속에서 일어나는 뚜렷한 감정이 무엇인지를 추려낼 수 없는 공황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람과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되어 단지 흐느적거리는 것밖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섬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해안가에 도착하여 곰보무늬가 새겨진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해안가를 거닐며 산책을 했다. 특이한 음식이 눈에 띄어 먹어 보기로 했다. 낙지호롱. 짚으로 낙지를 꼰 것인지 낙지로 짚을 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양념을 입혀 구워낸 특이한 요리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특이한 맛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술 한 잔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 바닷바람과 낙지호롱이 어울려 술은 술로서가 아니라 분위기를 더욱 화사하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낙조감상을 위해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는 보물섬 낙조 전망대로 이동했다. 전망대 옆에는 보물섬이 있고 보물섬의 정상에는 보물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배모양으로 생긴 카페 “700년 전의 약속” Treasure IsIand. 카페로 이어지는 데크를 따라 보물섬으로 들어가니 종업원이 나와서 설명하기를 영업이 거의 끝났고 그래서 음식은 준비해 줄 수가 없으며 자기가 서 있는 곳이 하나의 경계라고 할 수 있는데 경계를 지나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단다. 알았다고 하고 그냥 돌아 나오고 말았다.

 

 

새로운 시작을 만나다

 

하루의 일과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간을 맞았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 시간이다. 낮에 가졌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작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짐을 풀고 저녁 시간을 준비한다. 송도 수산물 판매장에서 구입한 해산물로 저녁거리를 장만했다. 하루 동안 누적된 피로를 푸는 것은 아마도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일일 것이다.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나 문제는 음식보다 술을 더 마신다는데 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과 비례하여 술은 점점 취하게 된다. 낙조를 감상하는 시간에게 저녁 준비 시간을 내어준 만큼 자연스럽게 저녁시간은 늦어졌고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그 빈 시간은 술로 채웠다. 술이 채워지면 세상이 꽉 찬 듯한 느낌. 술이 빠져나간 몸은 왠지 허전한 느낌.


기억이 희미해져서 자세한 상황을 모르겠지만 아마도, 공식적인 요리가 차려지기 전에 술은 제 몫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술과 이야기가 오고가는 밤은 늦도록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기타 소리와 노래 소리와 건배하며 환호하는 목소리를 뒷전에 둔 채 잠이 들었고 어떤 사람은 싫어하는 노래방까지 가서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을 다음날 알게 되었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이 모든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메모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모든 사실들은 어떤 사람에 의해 어떻게든 씌어 질 것이고 그 모든 씌어 진 글들은 각각 다를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태평염전

 

하루는 어떻게든 지나가 버렸고 이틀째 일정이 모든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의 모든 일들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잊힌 듯 했고 회원들은 모두 말쑥한 얼굴로 하루의 일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의 첫 번째 목적지는 태평염전이다. 태평염전은 1953년 조성된 천일염전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소금생산지다. 단일염전으로는 최대 규모(462)로 국내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며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생산하는 천연 염전이다.


소금박물관에 도착하여 먼저 소금밭 낙조 전망대에 올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평야지대를 바라보며 지평선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생각 없이 바라보면 영락없이 무논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소금밭이다.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를 거쳐 흰 소금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5일 정도. 느림과 함께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들. 그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다만 느림이라는 말만 되뇌었을 뿐이다.


느림을 구호로 내세운 증도는 바람도 잠시 쉬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태평염전 옆에는 염생식물이 자라는 습지가 있다. 바다를 품을 듯 바다에 안길 듯 바다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을 안을 듯 습지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결정지 염전에는 이제 막 하얀 소금 꽃이 피기 시작했고 도로 건너 습지의 칠면초와 함초 등 염생식물이 어울려 꽃잔치가 열린다. 습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다양성 보전지역으로 11의 염생습지엔 생명의 향기가 가득하다. 함초와 칠면초가 어울려 있는 습지의 모습은 순천만과는 다른데 멀리서 보면 푸르고 붉은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서로 밀어내지도 끌어당기지도 않는 듯 평온하게 스며들고 흘러나오며 함께 공존한다.


순천만의 칠면초는 갈대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데 갈대의 모습은 가히 용의 여의주라고 할만하다. 갈대를 둘러 싼 붉은 칠면초가 갈대의 세 확장을 막으려는 듯 갈대를 둥글게 압박하며 조여들어간다. 그래서 더욱 탄탄한 여의주를 만들어내는 모양이다. 칠면초와 갈대의 행보를 관찰하지 않은 나는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듯 칠면초와 갈대의 불협화음을 멋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은 칠면초가 갈대의 영역을 둥글게 조아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갈대군락이 둥근 원을 그리며 칠면초의 영역을 침범해 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나 순천의 용산에서 내려다보는 개펄의 풍경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혹시라도 다른 표현을 했을 때 아름다움이 없어져버리면 어떡하나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함평으로 향했다. 함평 나비축제가 열렸던 곳, 함평 엑스포공원으로 향했다. 2015년에는 51일부터 10일까지 축제가 열렸다. 축제가 끝난 공원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어 무료입장할 수 있었다. 개방하고 있는 식물원과 자연생태관에서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과 호박터널 등을 둘러보며 행사장을 나왔다. 황금박쥐생태전시관은 잠겨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공원의 가장 위쪽까지 둘러보고 함평 시장에 있는 화랑식당에서 비빔밥을 먹고 의령으로 출발했다. 이틀간의 일정을 모두 같이 소화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의령에 도착해서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식당에서 마지막 식사시간을 가졌다. 정영길 회원이 마지막에 합류하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뒤에 몇 명이 남아 소주 몇 잔을 더 기울이면서 이틀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언제부터인가 소통은 그저 말로만 존재할 뿐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소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회의 방식이 정해 놓은 일을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찬성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사람을 모으고 그들의 찬성으로 미리 정해놓은 일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이제는 아무리 합리적인 일이라고 할지라도 회의에서 동의하여 합리적이라고 정하지 않으면 그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소통은 이제 일방에서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할 뿐 상대방의 의견을 반영하려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날들이 지속될 뿐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사람으로 살고 싶다. 회의도 없고 아무런 통제가 없어도 서로 배려하며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느림의 도시. 어쩌면 누구나 원하는 도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보름달이 생겼다가 지고 다시 보름달이 되기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 그냥 있기만 해도 아름다워지는 곳. 우리는 통제와 소통을 헷갈려하며 통제를 소통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느리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눈을 의식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며 억지로 가식적인 틀 속에 가두는지도 모른다. 당장 산으로 들어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지만 가족들의 기대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사회는 점점 변해나갈 것이다.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변해야만 다가올 미래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소금이라는 꽃이 다가오듯이 현재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 나갈 때 아름다운 미래를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문학기행은 슬로우 시티 증도를 생각하며 좋은 것들만 기억하고, 좋은 인상, 좋은 풍경, 좋은 바람, 좋은 바다, 함께 했던 좋은 시간들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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