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걸으며 마음 속으로 수필 한 편이나, 시를 한 편 쓰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점점 무거워지는 다리. 그만큼의 숨가쁨. 그리고 흐르는 땀.
잠시 쉬어가는 곳에서 풍경들을 찍으며 숨을 고르고 무거워진 다리를 잠시 쉬게 한다.
산길을 걸어 내려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스쳐가는 느낌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산길을 걷고 내려와 기록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켜 볼 수 있는 희미한 끈이 아닐까 생각되기 때문에
풍경들과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다
앙상해져버린 남나무들은 흡사 황혼에 입문하는 사람들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무들은 다시 봄을 기다리는 숙면의 시간을 갖는 것이겠지만
사람들은 매일매일 늙어간다
늙어가면서도 욕심이 많아져가고 자신에게 맞지 않은 벅찬 일들을 감당하려고 한다
어쩌면 해마다 풍성해지고 커져가는 나무와 같다고 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무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
다른 대상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다른 대상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 뿐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욕심, 집착, 아집, 욕망 그리고 또 뭐라고 해야 하나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만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자연 앞에서 굴복해야 할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가버린 사람들도 그 부류에서 멀어졌을 뿐
새로운 곳으로 가서 다시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자연과 함께 말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과 대화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혼자서 중얼거리지는 못할테지만 마음 속으로 수없는 대화를 나눈다
침묵과 침묵이 만나 새로운 침묵을 만든다
그 침묵은 사람들을 상상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바람소리와 발걸음소리. 숨쉬는 소리, 가슴이 뛰는 소리
그 모든 소리들은 오로지 내 속에서만 들을 수 있다
문득 지나가는 사람의 가쁜 숨소리에 놀라 상상 속을 빠져 나오지만
이내 자연과 함께 길을걷는다
햇빛에서도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눈 위에 흩어져 있는 나뭇잎에서도 소리를 느낀다
쉬어갈 때는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시간들은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 버리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그저 멈춰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만히 있어도 해의 방향이 바뀌어져 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재촉한다
이 어머어마한 시간의 힘은 모든 사람들을 굴복시키고야 만다
그러고보면 참, 인간들의 삶은 허무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월요일을 앞둔 고뇌는 시간의 흐름에서 점점 무거워진다
월요일이 시작되고 다시 이어지는 일상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휴식의 시간
그 시간들이 아쉽다
사람들은 모든 고용의 힘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식량을 얻기 위해 고용되어 밥벌이를 해야 하는 지겨움
신 안에서 지친 발은 말이 없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말을 할 수 없는 발은 그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을 수밖에
2013년 한 해는 산을 많이 다니지 못했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
다시 시작되는 해는 조금 더 분발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지친 발에게 전해 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일까
아침에 일어나 밤이 되면 잠을 자고
다시 아침이면 일어나 누군가와 실랑이를 하다가 다시 밤을 맞이하고
그리고 또 잠을 자고...
그렇게 반복되는 일들을 계속 하는 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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