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기
철창 속에서 나부대는 것 같은 삶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아니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쓸쓸한 그림자. 혼자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가.
철창 밖의 세상도 있는데 굳이 철창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를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는 모두가 고민과 갈등 속에서 번민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며 잠시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번민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것이다.
담배연기에 찌들고 술에 절어 한탄의 세월을 보내기보다 순간으로 다가오는 가끔씩은 멋진 삶도 있기 때문에 인생은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끝없는 고뇌와
몸서리치도록
압박해 오는 삶
그 속에서 우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지만
그저 그렇게 보여 질 뿐
세월은
그대로인 나를 거부하고
세월에 길들여 진
나를 원한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아닌 나로 살아야 하지만
삶은
그것으로 전부가 아니기에
햇빛에 반짝이는
거미줄을 보며 웃을 수 있고
가끔씩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볼 수도 있다
풀잎을 보면서, 철마다 피었다 지는 꽃을 보면서, 철부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 모든 것들을 내 삶의 거울로 삼고 그들이 있음을 고마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나온 많은 세월을 겪으면서 하지 않아야 되었을 일과 해야만 되었을 일들을 생각하면서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과정임을 생각하면서 생은 결코 포기할 수 없음을 느낀다.
이젠 바뀌어 가는 계절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세월이 빨리 흐른다. 그만큼 계절의 의미도 색다르다. 한 계절이 가기도 전에 서둘러 오는 또 다른 계절을 누군가 먼저 발견하지나 않을까 싶어 감추어 두고 싶다. 그래서 가장 예쁜 포장지로 포장하여 슬며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계절은 그렇게 빨리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잠시 벗어나 새처럼 훌훌 날아보고 싶다. 여전히 알지 못할 삶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방황하는 새처럼 그렇게 정신없이 날고 싶다.
초여름 장맛비 내릴 때면
묵은 봄날의 향기마저
빗물에 녹아내리고
꽃샘바람 시샘에 움츠렸던 날도
화려했던 꽃 잔치를 펼쳤던 날도
지난날들의 추억으로 남고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 화려할 수 있었던 벚꽃도
남들보다 빨리 피지 않았다면
꺾이지 않았을 수많은 꽃들도
한번 가면 오지 않지만
그 모습 그대로의 모습으로
해가 바뀐 어느 계절에
같은 모습으로 다가와
간절한 기다림으로 서 있는 것은
소중한 그 누군가를 언젠가 만날 수 있으리란
간절한 소망 때문이겠지
많은 사람들이 다른 존재를 자신의 판단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하는 것 같다. 그로 인하여 스스로를 고독에 빠뜨리기도 하고 환상 속으로 여행을 시키기도 하고 생각의 생각 속으로 자신을 더 깊이 빠뜨려 헤어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만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의 잣대에 맞추어 판단해 버리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건 글을 쓴다는 것은 남보다도, 스스로를 설득시킨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는 말이 아닌가.
살아감에 있어 가장 허무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고독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진절머리 나는 너저분한 삶에 대하여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그래서 삶에서 묻어 나오는 무수한 향기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가장 행복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가면을 쓰고 있는 삶의 본모습을 거울 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