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스러운 것
살아가는 구실을 찾고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낯선 유리창 속을 헤매다
뒷골목의 퀴퀴한 냄새를 맡는다
아침에 일어나 숨을 쉬면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잠자리에 들면서 기약할 수 없는 내일을 생각한다
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사람은 없고 틀만 있는 세상에서
썩은 내장을 뱃속에 차고
낯짝엔 기름칠을 하고선
비웃음도 아닌 겸연쩍음도 아닌
일그러진 얼굴로
이토록 빌어먹을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럼에도 살아보려고 버둥대는 이 비굴함이여
한낱 미치광이의 히죽거림으로 치부되는
말 말 말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아닌 남이 되어가는
저 비겁한 영혼이 미치도록 싫다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든지
조그만 일에 감동 받는 일상들은 사치스러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