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산재 주차장 –모산재 1.8km, 모산재 – 황매봉 4.0km. 총 5.8km, 왕복 11.6km
조금 지루한 거리다.
맑은 날씨에 기온도 높은 편이어서 입었던 옷을 하나 벗어야 했다
걷는 동안 끝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모든 생각은 생각과 생각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앞의 생각과 뒤의 생각은 연결되지 않는다
그 연결되지 않는 생각들을 그저 지나갈 뿐이다
세월이 그저 지나가고
인생이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산의 중턱까지 오르니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눈의 흔적이 묻어 있다
양지에는 이미 녹았고
음지에는 누구의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다가갈 수 없는 먼 산들은
뿌연 공기 너머에서 아득하고
지리산의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 웅장하다
하늘을 뚫고 혼자 서 있는 듯
주변의 모든 산은
지리산 아래에서 놀고 있다
지리산이 저렇게 높이 있는 줄 알지 못한다
구름 위에 무엇이 있는지 알 필요도 없다
지리산
바람이 달다
바람이 맛있다
땀방울에도 단맛이 서리고
쉬어가며 마시는 물에서도
산의 향기가 묻어난다
팔을 벌리면
산이 안겨오고
나는
녹아서 산에 스며든다
아득한 세월 동안
하늘을 받치고 있는 天柱
그 하늘 아래에서
맛있는 바람을 호흡한다
눈을 감으면
산이 된다
바람이 달다
바람이 맛있다
어쩌면 2016년 마지막 산행이 될지도 모른다
눈이라도 보았으니 다행이다
눈을 보지 못했더라도 불행은 아니지만
눈과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행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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