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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흔적

모산재(2016-12-3)

by 1004들꽃 2016. 12. 3.

겨울이라기보다 차라리 봄을 연상케하는 날씨

아니 맑은 하늘을 보노라면 한창 무러익은 가을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너무도 맑은 날씨와  산의 풍경

산의 가장자리와 하늘색의 경계는 하나의 선으로 단번에 그은 듯 분명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같은 하늘을 보며

한걸음 한걸음 산을 향해 내딛는다

산을 향해 내딛기는 하지만

산 속에서도 오로지 산을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다

산을 생각하며 걷는 동안

생각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고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스쳐 갈 때는

발을 헛 디디기도 하여 비틀거릴 때도 있다

물감을 칠한 듯 선명한 선이 만들어 내는 경계는

차라리 분명해서 좋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항상 불투명하고

보일듯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는 듯하면서도 볼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사실은 그 무엇도 알지 못하면서

많은 것을 아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들이

또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맑은 하늘 아래 그림자도 선명하다

그림자와 실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실물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겠지만

그림자의 상태에 따라 실물의 상태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질문으로 성립되지 않을 것이고

가장 단순한 것으로 실물을 반영한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림자에서는 상처도, 상기된 얼굴의 색깔도, 피로한 내색도, 화가 난 마음도 반영되지 않는다

오로지 가장 단순한 형태만 실루엣처럼 보여줄 뿐이다  

먼 산들은 구름은 산허리에 깔고 드러나 있다

멀리 자굴산과 한우산의 모습이 구름 위로 드러나 있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이후

맑은 날이면 대번에 눈에 들어오는 한우산, 자굴산을 볼 수 있다 

성냥을 꽂은 듯 풍력발전기가 한우산의 등에 꽂혀있다

투우사의 칼을 등으로 받아낸 듯~~~~ 

날씨가 맑아서인지

사진도 선명하게 나온다

색깔도 선명하고 산과 구름의 경계도 선명하다

자굴산의 모습을 줌으로 당겨 보았다

산 넘고 산을 넘어 우뚝 솟아 있는 산의 모습이 아름답다

모산재에서는 계속 자굴산의 모습을 보며 산길을 걸을 수 있다

모산재에 도착하여 한 바퀴 빙 둘러서 영암사로 내려오기까지 계속 자굴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황매산의 모습이다

황매봉까지 가 볼까 생각했지만 금방 포기한다

지난 일주일동안 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모산재에도 깃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 나무에도 제법 깃이 많이 달릴 모양이다

모산재에 도착한 기념으로 깃을 달겠지만

별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항상 이모습에서 아득함을 느낀다

언제까지나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며

세상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오늘같은 분위기는 한 폭의 수채화를 닮은 것 같다

구름의 색과 하늘의 색, 그리고 산과 함께 어울려버리는 모든 풍경

그것을 지켜보는 한마리 외로운 학처럼 아득한 얼굴 


부처바위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불암"이라고 해야하나? "불두암"이라고 해야하나?



산의 한가운데 법연사의 모습이 보인다

금탑 쌍탑이 화려하다

영암사와 영암사지

순결바위


영암사지 삼층석탑과 쌍사자석등이 아득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 옛날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절의 모습은 아주 화려했을 것 같다

현재의 부지도 그렇지만

주변으로 발굴을 하고 있는 면적 등으로 볼 때 아주 큰 절이었던 것 같다 

바위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가장 아담한 곳에 자리잡은 절 영암사

거의 매주 이곳을 찾지만 지겨운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매주 하늘의 색깔이 다르고

나무의 색깔이 달라지고

기온도 다르다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색깔도 다르다

그 색깔들 중에서 나도 하나의 색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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