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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흔적

모산재(2016-12-18)

by 1004들꽃 2016. 12. 18.

산을 찾기 위하여 보낸 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시간을 기다림이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그 기다림 속에는 그리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산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그 대상을 만나기 위한 시간은 기다림이 되는 것이다

기다림 없는 만남은 반가움도 없다

비교적 자유가 보장되는 공휴일을 애타게 기다릴 수 있는 것은

기다림의 종착역인 만남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과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그리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하루 씩 보내다보면

기어이 다가오는 만남의 시간

살아가는 이유, 기다림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영원히 만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기다림이란 어떤 것일까

어쩌면 만남이 될 것을 두려워하여

기다림조차도 외면하고 만남에 이르지 않도록

기어이 혼자가 되어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는지도 모른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이

쉽게 씌어지는 시를 원망했듯이

만남과 만남이 그렇게 쉬워서는 안 될 것만 같다

그것이 사람과의 만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과 글의 만남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고

글을 쓰면서

그렇게 기다렸던

나의 내면에 있던 소리를 글자로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다

밤은 밤이 되지 않고

낮도 낮이 되지 않는 시간들

그 불면의 시간을 보내고

비로소

원했던 만남을 이뤄낼 수 있다면……

불행하게도 거기까지다

밤새 글자와의 전쟁에 빠져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그러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나서는 시간

그 시간은 겸연쩍다

부끄럽고 쑥스럽다

꼭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는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겸연쩍음도 단련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멋쩍음으로 무장하여

탄탄한 철면피가 되어

아주 당당하게 활개치며 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긴 세월동안 그래왔고 앞으로 긴 세월동안 그러할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기에

그게 살아가는 이유다. 초라하게도.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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