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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흔적

황매산(2013 0908)

by 1004들꽃 2013. 9. 8.

오랜만에 합천으로 나선 길

황매산을 가기로 했다. 늦잠을 잔 관계로 산행은 11시나 되어서 시작되었다

벌초철이라 그런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산 전체가 한산했다 

맑은 가을하늘을 이고

산은 그 위용을 뽐낸다

언제나 찾아도 변치 않는 모습이지만, 찾을 때마다 새롭다.

이 산은 가을에 찾아야 제멋일것 같다.

하긴 산이 계절을 따지던가? 언제나 산은 준비되어 있다. 심지어 비가 올 때도 말이다.

   

길 옆에는 익어가는 밤들이 행인들을 반긴다

손을 대면 도둑으로 몰리겠지. 그러나 장난으로 하나씩 따다보면 길옆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계절을 지나 주인에게 익은 밤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배려를 해 주어야 할 것 아닌가 

깃발!

깃발이다. 여러지역에서 다녀간 흔적을 남기기 위해

또는 초행길에 오른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기 위해 매달렸지만

이렇게 군집을 이루고 있으면 찬란한 깃발이 된다 

티벳에서 깃발들이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신이 있다면 그날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깃발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다 

아름답다. 바람따라 살랑 흔들리는 모습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돌위에 돌이 얹혀 있는데 그 돌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같이

우리는 지나온 생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바위에 빛이 스미지 않아도 우리는 이 길을 걸어야만 한다

자연은 어느 누구라도 흉내낼 수 없다

자연 앞에서 그저 망연자실 할 뿐이다 

가끔 구름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이렇게 사진 찍는 사람에게 선물을 선사한다

저렇게 맑은 가을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지금 이 순간인 것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뒤돌아보니 아찔하다

이제 늙었나보다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휘청 어지러움을 느낀다 

공룡의 머리를 닮은 듯

잠자고 있는 공룡

언제 내려와 이렇게 화석이 되었느냐? 

이제 돗대바위는 없어진 모양이다

돛대바위가 새로 생겼다. 

부옇게 흐려진 산과 하늘

구름의 탓으로 돌려 버린다 

새로 태어난 돛대바위 

 

 

 

아름다움에 허기진 사람들은

이 풍경들을 보아야 한다

맥주 한 잔 마시며 한 순간도 그대로이지 않는 풍경들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 다시 길을 걸어야 한다

풍경에 취해 너무 지체하였다. 

새롭게 깎은 모양이다

모산재 입구에 장식된 장승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은 누구를 닮았을까? 

황매산으로 가는 길이다

철쭉으로 뒤덮혔던 길은 어느새 억새들이 잠식했다

길은 선명하지 않았고 억새와 싸리나무를 헤치며 가야했다.

바닥에는 풀이 자랄대로 자라서 뱀이 나오기 안성맞춤이다

발을 조심스럽게 옮겨 놓는다  

억새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

물감으로 이렇게 칠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은 이렇게 단 시간에 풀들로 잠식당한다 

황매산 주차장이 보인다

그렇게 붐볐던 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텅빈 주차장에는 사람들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구절초, 쑥부쟁이 들이 벌써 시들어가는지

여름동안의 가뭄 때문이었는지 힘을 잃고 가늘게 흔들린다 

아마도 억새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이곳을 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넓게 분포된 곳을 본 적이 없다

더 넓은 곳을 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 평원이 억새로 뒤덮혔다. 그 속에 드러누워 하늘을 본다면 무엇이 보일까?

아마도 뱀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 속으로 들어가진 못할 것 같다.  

줄기차게 걸었던 다리를 쉬게 한다

잠시 머물렀다 가기로 한다

우뚝 버티고 있는 황매봉.

앞에 가는 저 아저씨는 슬리퍼를 끌고 당당하게 걷고 있다 

이곳에 눈이 내릴 때 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어떻게 산 위에 이렇게 넓은 평원이 펼쳐질 수 있을까

말을 타고 뛰어 다니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다 

 

1,108. 자굴산보다 해발이 높다  

 

 

 

 

 

 

들꽃 산악회도 있고 

 

다시 모산재로 돌아왔다

뭉쳤던 다리를 풀고 한참을 쉰다

 

영암사지가 모산재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꼬박 5시간을 걸었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힘이 빠진다.

거리가 멀어서였을까? 그동안 게으름 때문에 산을 찾는 시간을 내지 못해서였을까

2주 동안 쉬지 않고 술을 마셨기 때문일까

어쨌든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일 것이다

가장 찾기 쉬운 원인은 바로 게으름이다

한 가지부터 해결해야 하겠지

다음 산에 갈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만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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