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캄캄하기만 했던 나날들이
점점 드러나는 시간
이제 밤이 자꾸 깊어지겠구나 생각했던 추분의 기억
금세 밤이 되던 기억
언제 날이 밝아올까 생각하던 밤
낮이 길어지는 게 낯설다
낮이 길면 더 일해야 하는 게 두렵다
끝나지 않는 일들이 밀려오는 나날들
끝내 마무리 할 수 없는 일들
낮과 밤의 경계에 선 날
이쪽과 저쪽을 선택할 수 없는
다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생은 받아들이는 걸까
인생은 만들어가는 걸까
인생은 처음부터 없었던 걸까
밤이 길어졌다가
낮이 길어졌다가
사랑도 있다가 없다가
낮이 길어져서 부끄럽다
밤 속에 숨을 수 없어 부끄럽다
세상이 눈이 부셔 고개 숙이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