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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춘분

by 1004들꽃 2022. 3. 27.

춘분

 

 

캄캄하기만 했던 나날들이

점점 드러나는 시간

이제 밤이 자꾸 깊어지겠구나 생각했던 추분의 기억

금세 밤이 되던 기억

언제 날이 밝아올까 생각하던 밤

 

낮이 길어지는 게 낯설다

낮이 길면 더 일해야 하는 게 두렵다

끝나지 않는 일들이 밀려오는 나날들

끝내 마무리 할 수 없는 일들

낮과 밤의 경계에 선 날

이쪽과 저쪽을 선택할 수 없는

다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생은 받아들이는 걸까

인생은 만들어가는 걸까

인생은 처음부터 없었던 걸까

 

밤이 길어졌다가

낮이 길어졌다가

사랑도 있다가 없다가

낮이 길어져서 부끄럽다

밤 속에 숨을 수 없어 부끄럽다

세상이 눈이 부셔 고개 숙이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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