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휴일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옷을 주섬주섬 입고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흙과 돌과 나뭇잎 그리고 나무
바람, 바람소리
나뭇잎과 바람 부딪치는 소리
알아듣지 못할 사람들의 소리
무심코 걷고 힘이 들고 쉬어가고 물을 마시고
끝나지 앓는 길을 걷는다
점점 힘겨워지는 시간
쉬는 횟수도 많아진다
바람에 흔들리고
때론 햇살에 나부끼고
가쁜 숨을 따라 오르내리는 피아노 소리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
발걸음을 조절한다
가슴이 터질 듯 치닫다보면
2악장이 시작 된다
윤슬 반짝이는 강물 위를 걷듯
숨을 고르면
어느새 숨소리도 피아노 소리를 닮아간다
잦아드는 소리와 함께
꿈속을 걷는 듯하다
숨소리가 잦아들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 소리
3악장이 시작된다
다시 힘을 모아 발걸음을 옮긴다
상큼한 봄바람이 불어오듯
경쾌한 음악에 맞춰 걸으면
어깨춤도 덩실 리듬을 탄다
꿈을 꾸듯 산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알상은 끊임없이 다가오고
나무도 바람에 끊임없이 흔들리고
세월은 늙지도 않고 끝없이 흐르고